살아가다 보면 누구든 실수를 하게 되는 법이다. 제아무리 범인의 범주를 뛰어넘는 천재라 하더라도 살아가다 보면 실수를 할 수 있는 법. 그러니 실수를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거기서 좌절하지 않고 무언가를 배우고, 개선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은 언제나 발전해 왔다. 또한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역사는 반복된다는 점이다. 허공에서 봉지의 잔해가 바사삭 흩어졌다. 다음으로 그 안에 들어있던 물체가 중력의 법칙에 의해 땅으로 끌려들어 갔다. 전부 머핀이나 파이 같은 달콤한 디저트류다. 중간에 그것들을 잡으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조그만 손은 헛되게 공기를 갈랐다. 돌계단 위로 떨어진 빵이 흙먼지와 함께 아래로 도르륵 굴러떨어졌다. 그리고 광속으로 움직일 수 있는 주제에 잡으려는 시..
신은 정말 부조리하다.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신이 실존하는 이곳에 오고 나서는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정말 신은 부조리하다. 정말 원망하고 싶어진다. 차마 세인트들 앞에서 아테나를 씹을 순 없으니 매번 속으로만 욕하게 되지만. 사라는 속으로 눈물을 삼키며 넘쳐흐르는 서류의 산을 정리했다. 그래, 서류의 산이다. 서류의 산. 여기까지만 말한다면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은 그다지 없을지도 모른다. 성전 이후 교황의 거처에 있는 집무실에 매번 서류가 쌓여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었으니까. 허나 이건 어디까지나 성전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까지의 일이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라가 샤카에게 납치당하기 조금 전까지. 실제로 사가의 명백하고 고귀하고 외로운 희생─죽기 직전까지의 시달림─ 아래서 쌓여있던..
눈앞에서 머리카락이 완만하게 흔들렸다. 그 움직임에 따라 황금색이 찬연하게 빛을 바꾼다. 마치 모래사장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것과 같다.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압도적인 아름다움. 그렇지만 그걸 지켜보는 사라의 속은 도무지 편할 수 없었다. 머리카락의 주인은 샤카다. 즉, 사라는 샤카에게 딱 붙어있단 소리다. 보다 쉽게 말하자면 덜렁 업혀있다. 샤카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몸에 미세한 진동이 울렸다. 이렇게 남자에게 업힌 게 벌써 세 번째다. 고작 세 번째?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첫 번째랑 두 번째는 전에 명계에서 시류에게 업힌 거니 벌써가 맞다. 이제껏 남자와 별로 얽힌 적 없는 순결한(?) 몸이었는데 성역에 온 이후로는 어쩐지 여러 의미로 남자와 얽히는 일이 많아지는 것 같다. 이걸 좋아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