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가 그 편지를 발견한 건 이른 새벽이었다. 또렷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뒤숭숭한 꿈을 꾼 참이었다. 덕분에 평소보다 일찍 눈이 떠졌다. 방을 가득 채운 건 아직 푸르스름한 박명. 개꿈 때문인지 뒤틀린 바이오리듬 탓인지 머릿속의 안개가 좀처럼 걷히지 않았다. 어딘가 어질어질한 기분도 든다. 몇 번이고 눈을 깜빡인다. 눈꺼풀이 지나치게 무거웠기에 그조차 쉽지는 않았다. 단순히 졸리다는 느낌보다는 팅팅 부었다는 느낌이다. 꿈결에 울어버리기라도 한 걸까. 그렇다면 분명 꿈에 나온(듯한) 카논 탓이다. 정말이지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이네. 그래도 몇 번이고 행동을 반복하면 간신히 시야가 트였다. 사람이 시각을 통해 많은 정보를 받아들인다는 사실은 이럴 때에 명확히 깨닫게 된다. 뿌옇던 시야가 원래대로 돌..
너른 수평선이 펼쳐졌다. 짠 내 나는 바람이 분다. 물결에 따라 햇살이 흐드러진다. 반짝반짝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바다였다. 익숙지 않은 풍경에 데프테로스는 눈을 조프렸다. 지독히도 꿈결 같았고, 지독히도 평범했다. 제게 어울리지 않음이 평범이었고, 그럼에도 이상하지 않다는 게 꿈결이었다. 이러한 모순은 무엇 덕분에 가능한 걸까.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알 수 없다. 어차피 답을 구한다고 한들 헝클어지기만 할 뿐이다. 때문에 데프테로스는 의미 없이 시선을 흘렸다. 조그만 모래사장의 면면이 시야에 들어왔다. 아테네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이다. 가까이에 마을도 없고 절벽으로 둘러싸여 접근하기도 어려운 곳. 그런 만큼 사람의 모습이라고 찾아볼 수 없었다. 단 하나의 소년을 제외하고. 던져진 시선의 끝에 텐마..
글 쓰고 싶은데 글 쓰기 싫어서 적는 당신의 이름 아래서 인물 관계도, 라기 보다는 서로에 대한 감상평사실 스스로 정리하기 위해 쓰는 목적이 더 강함 아테나 무서운 보스. 별로 협박하거나 괴롭히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무섭다. 이유는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그 사가랑 그 샤카가 찍소리도 못하고, 가끔은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별별 사실을 다 꿰뚫고 앞서 손을 써놓거나 하니까요. 사실 좋은 보스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보스는 이렇게 덫을 놓거나 계략을 꾸미거나 놀리거나 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월급과 보너스는 많이 주기에 원망은 별로 없다. 돈이 전부인 건 아니지만 돈만큼 중요한 것도 별로 없죠. 휴가도 많이 줬으면 싶지만 거기까지는 말하지 않는다. 별개로 이렇게 고용된 관계가 아니라 그저 한 명의 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