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가 그 편지를 발견한 건 이른 새벽이었다. 또렷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뒤숭숭한 꿈을 꾼 참이었다. 덕분에 평소보다 일찍 눈이 떠졌다. 방을 가득 채운 건 아직 푸르스름한 박명. 개꿈 때문인지 뒤틀린 바이오리듬 탓인지 머릿속의 안개가 좀처럼 걷히지 않았다. 어딘가 어질어질한 기분도 든다. 몇 번이고 눈을 깜빡인다. 눈꺼풀이 지나치게 무거웠기에 그조차 쉽지는 않았다. 단순히 졸리다는 느낌보다는 팅팅 부었다는 느낌이다. 꿈결에 울어버리기라도 한 걸까. 그렇다면 분명 꿈에 나온(듯한) 카논 탓이다. 정말이지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이네. 그래도 몇 번이고 행동을 반복하면 간신히 시야가 트였다. 사람이 시각을 통해 많은 정보를 받아들인다는 사실은 이럴 때에 명확히 깨닫게 된다. 뿌옇던 시야가 원래대로 돌..
글 쓰고 싶은데 글 쓰기 싫어서 적는 당신의 이름 아래서 인물 관계도, 라기 보다는 서로에 대한 감상평사실 스스로 정리하기 위해 쓰는 목적이 더 강함 아테나 무서운 보스. 별로 협박하거나 괴롭히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무섭다. 이유는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그 사가랑 그 샤카가 찍소리도 못하고, 가끔은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별별 사실을 다 꿰뚫고 앞서 손을 써놓거나 하니까요. 사실 좋은 보스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보스는 이렇게 덫을 놓거나 계략을 꾸미거나 놀리거나 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월급과 보너스는 많이 주기에 원망은 별로 없다. 돈이 전부인 건 아니지만 돈만큼 중요한 것도 별로 없죠. 휴가도 많이 줬으면 싶지만 거기까지는 말하지 않는다. 별개로 이렇게 고용된 관계가 아니라 그저 한 명의 소녀..
콧잔등 위로 물방울이 뚝 떨어졌다. 사라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희끄무레하던 하늘이 어느새 어둑하니 물들어있다. 비가 오려나.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투둑, 투둑 빗방울이 떨어진다. 소나기의 전조. 빗줄기가 퍽 굵다. 밀려드는 다급함에 사라는 발을 재게 놀렸다. 병상을 털고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다시 감기에 걸리는 건 아무래도 좋지만 지금 품 안에 있는 서류가 젖는 건 큰일이다. 이게 망가지면 사가랑 아이오로스랑 기타 등등이 죽는다고. 그렇지만 결국 세인트가 아닌 일반인의 발버둥일 뿐이다. 최대한 품에 숨겼지만 점점 젖어 들어가는 감촉에 결국 사라는 걸음을 멈추었다. 서류는 물론이고 머리카락과 옷까지 쏟아지는 비에 쫄딱 젖어버렸다. 아주 잠깐 사이에 이렇게 완벽한 폭우가 되어버리다니. 아니, 소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