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마와 야토와 레굴루스가 시끌벅쩍 떠들고 있을 뿐인 이야기 후반부에 시지포스 잠깐 나옵니다 아무리 소수라도 한 집단이 만들어지게 되면 사람은 저마다 그 집단 안에서 각각의 역할을 맡게 된다. 라는 글을 어디서 읽은 적이 있다고 야토는 떠올렸다. 확실히 그 말대로다. 얼핏 보면 그저 아무렇게나 어울리고 있을 뿐인 자신과 레굴루스와 텐마 사이에서도 그 역할이 분명히 존재했으니까. 상하관계는 아니다. 셋은 평등하지만, 아니 평등하니까 오히려 각자 자신만의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레굴루스가 사건을 일으키는 역할, 자신이 화내며 그것을 뒷수습하는 역할, 텐마가 그 사이에서 적당히 밸런스를 잡아주며 중재하는 역할이라고 할까. 스스로도 손해 보는 역할이라고 생각했지만 야토는 그래도 제..
현대 페럴 갑자기 스쿨 벨이 울려 야토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무심코 꾸벅꾸벅 졸고 있었는지 수업 중간의 기억이 없다. 노트를 내려다보자 필기도 흘러가는 글씨로 엉망진창이다. 글자라기보다는 완전 상형문자다. 아니, 한자는 상형문자가 맞긴 하지만.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게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단 증거다. 실없는 생각을 끊어내듯 야토는 제 머리카락을 흐트러트렸다. 때마침 선생님이 짤막한 인사를 마치고 교실을 나선다. 가벼운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자 그 순간만을 기다린 것처럼 순식간에 교실 안이 소란으로 가득 찬다. 야토도 조금 긴장하고 있던 몸을 책상 위로 무너트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등 뒤로 강한 충격이 덮쳐 야토는 비명을 내질렀다. “악!!!” “아, 미안.” 전혀 미안하지 않은 어조로 텐마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