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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스님이 시지포스와 레굴루스로 아무거나 라고 말씀해주셔서 정말 아무거나 썼....<<
-현대 페러렐 설정
늦은 저녁, 시지포스는 거실의 소파에 앉아 사이드 테이블에 노트북을 얹고 그것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입고 있는 것은 잠옷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의 경장이었지만 정작 다루고 있는 건 지극히 중요한 회사의 일이다. 하루 종일 시달린 것도 모자라 퇴근해서까지 휴식도 취하지 못하고 일하고 있는 스스로가 처량했지만 따지고 보면 전부 그 자신의 과실이니 할 말이 없다.
쓴웃음을 지으며 시지포스는 제 일이 밀리게 된 원흉인 오랜 친우를 떠올렸다. 최근 들어 이상한 기색을 보이던, 선명한 푸른 머리카락의, 도저히 속을 읽을 수 없는 그. 냉정하고 엄격한 그가 지금 제 모습을 본다면 분명 남 걱정하지 말고 자기 할 일이나 잘하라며 타박하겠지. 그래도 도와주고 싶다. 친구니까, 힘든 일이 있다면 의지가 되고 싶다, 잘못된 생각을 한다면 실행하기 전에 바로 잡아주고 싶다. 하지만 슬프게도 상상 속의 친우가 말한 것처럼 그에게 있어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이 일을 끝내는 것이다.
시지포스는 곁눈질로 시간을 확인했다. 평소에 잠드는 시각까지는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지만 내일을 생각하면 여기서 그만두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고 시지포스는 눈가를 문지르며 노트북을 덮었다. 동시에 때를 노리기라도 한 듯 조그만 동거인이 달라붙어 왔다.
“시지포스!”
옆구리에 가벼운 충격이 내달았다. 곧바로 느껴지는 것은 그보다 조금 높은 체온. 거의 부딪히듯 해서 달라붙은 어린 소년을- 레굴루스를 시지포스는 싫은 기색 하나 없이 받아들였다.
조금 고개를 숙여 내려 보자 레굴루스가 언제나의 명랑함으로 뒤덮인 밝은 미소를 보낸다. 응답하듯 무의식중에 상냥한 미소를 띠던 시지포스는 순간 소년의 손에 들린 작은 상자를 알아차렸다. 옅은 갈색의, 이렇다 할 별다른 특징이 없는 평범한 상자다. 그렇지만 왠지 모르게 눈에 익다. 저 상자를 어디에서? 의아해하는 동안 시지포스의 눈길이 상자로 향하는 것을 알아챈 레굴루스가 질문을 던졌다.
“맞다. 시지포스, 이거 옷장에서 찾은 건데 뭔지 알아?”
“아?”
옷장이란 말에 시지포스는 그 상자가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워낙 특징이 없어서 바로 생각해내지 못했을 뿐,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물건이다. 뭔가 알고 있는 듯한 그의 반응을 보고 레굴루스가 바싹 몸을 붙여온다. 뭐야? 뭔데 그래? 하고 끊임없이 궁금증을 가지는 소년의 머리카락을 시지포스는 커다란 손으로 쓰다듬었다.
“소중한 보물.”
“보물?”
호기심을 자극하는 말에 고양이를 닮은 둥근 녹색 눈동자가 반짝거린다. 가볍게 웃으며 시지포스는 대답 대신 상자를 열어 보였다.
상자 안에는 별로 대단한 것은 없었다. 반으로 접힌 종이 몇 장과 사진들. 잡동사니로밖에 보이지 않는, 어디에 쓰는 것인지도 모르겠는 조그만 물건들. 그리고 너덜너덜하고 엉성한 모양으로 접힌 붉은 종이꽃. 그것을 보고 앗! 하고 레굴루스가 소리를 높였다. 확실히 그것은 레굴루스도 기억하고 있는 물건이었다.
* * *
밀려오는 피로감에 시지포스는 참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딱딱하게 굳은 어깨는 도무지 풀릴 틈이 없다. 너무 지쳐 보이는 모습에 옆자리에 있던 엘시드가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낸다. 시선을 알아채고 괜찮다고 화답하듯 시지포스는 희미하게 그에게 웃어주었지만 그런다고 얼굴에 번진 피로가 지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끝끝내 그는 쓰게 웃었다.
최근, 시지포스에게는 조그만 동거인이 하나 생겼다. 나이로 따지면 고작 여덟, 겨우 시지포스의 가슴팍에나 닿을 정도로 어린 그의 조카. 부모를 잃은 가엾은 아이.
몇 달 전, 오랫동안 연락이 없던 형에 대한 부고를 들었을 때 오래전부터 이미 형의 병을 알고 있던 시지포스는 별달리 놀라지 않았었다. 그렇지만 그런 시지포스조차 형에게 아이가 있었단 사실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원래 어딘가 세속을 초월한 이미지의 형이었던 만큼 설마 가족을 만들었다고는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 거기에 어머니가 되는 사람마저 아이가 어릴 적에 세상을 떴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즉시 시지포스는 아이를 자신의 곁으로 데려왔다. 지금도 그 사실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행동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고작 어린아이 한 명이 더 늘어난 것뿐인데 해야 할 일은 수배가 됐다. 오랜 자취 경력도 레굴루스 앞에선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거기에 시지포스는 어린아이를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로 가깝게 지낸 적이 없었다. 열셋, 까마득하게 나이 차가 나는 아이에겐 무엇을 해줘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끙끙 머리를 싸매며 무언가를 겨우 해주어도 그것은 적당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레굴루스를 데려온 지 일주일 만에 완벽한 피로 덩어리가 된 시지포스는 육아의 어려움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아니, 그런 것이 아니다. 차라리 그런 이유였다면 아무래도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시지포스를 제일 괴롭히고 있는 건 레굴루스가 도무지 의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처음처럼 배타적으로 경계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신뢰를 보이는 것도 아니다. 지금은 그러지 않지만 처음에는 시지포스의 기척에 깜짝깜짝 놀라 정신을 못 차리기도 했다. 당연히 먼저 다가오는 일도 없이 말간 눈동자로 쳐다보기만 한다. 무엇보다 레굴루스는 단 한 번도 울지 않았다. 아직 죽음이란 게 뭔지도 모를 어린 나이인데도 레굴루스는 익숙한 보호자의 부재에 운 적이 없다. 그 모든 게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 없어 혼자 견디려는 것이라 생각하면 가슴이 지끈거렸다.
아직 그렇게 어린아이인데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괴로울 뿐이라 한숨이 흐른다.
고뇌를 감추려는 듯 시지포스는 미간을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생각이 계속 헛돈다. 레굴루스, 레굴루스, 레굴루스, 자신의 조카, 레굴루스. 순간 가벼운 소리를 내며 무언가가 책상 위에 떨어졌다. 제법 두툼한 서류철이다. 그것을 확인하고 시지포스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날카로운 얼굴을 한 친우가 서 있다.
“피곤해 보이는 군, 시지포스.”
무의식중에 아니, 라고 답하려던 시지포스는 말을 눌러 죽였다. 아무리 부정해봤자 이 뛰어난 통찰력의 친우를 속일 수는 없다. 결국 시지포스는 쓴웃음으로 대답을 되돌렸다.
“뭐어.”
애매한 대답에 일순 아스프로스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온 그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살짝 상체를 숙이고 시지포스에게 속삭이듯 얘기했다.
“어쨌든 이건 오늘까지 끝내야 한다만.”
“아아, 알겠어.”
“그리고 하스가드 공으로부터의 전언이.”
“전언?”
뜻밖의 말에 시지포스는 멍청하게 두 눈을 깜빡였다. 별로 대단한 것은 아니고, 라며 아스프로스가 태평하게 대꾸한다.
“오랜만에 셋이서 마시지 않겠느냐고 하더군.”
“그거라면…….”
뇌리에 떠오르는 조그만 인영에 시지포스는 자연스럽게 말꼬리를 흘렸다. 예전이라면 별 고민 없이 수락했겠지만 지금은 레굴루스가 있다. 아무도 없는 집에 어린아이 혼자 내버려 두는 것은 절대 안 될 말이다. 위험하기도 위험할뿐더러 분명 레굴루스가 쓸쓸해한다. 설령 레굴루스가 시지포스를 의지하지 않더라도, 그렇더라도 혼자 두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조금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시지포스는 거절의 말을 꺼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아스프로스가 대단히 심술궂은 표정을 지으며 시지포스의 말을 가로막았다.
“조카의 일이라면 걱정하지 말길.”
“……응?”
“그럼 승낙한 것으로 알고 가지.”
미처 반론을 말할 새도 없었다. 제멋대로 흘러가는 대화에 시지포스가 따라가지 못하는 사이 아스프로스는 인사 대신 한 손을 들어 보이곤 돌아서 걸어나가고 있었다. 흔들리는 푸른 머리카락과 유려하게 걷는 뒷모습을 보며 시지포스는 한동안 그대로 멍하니 굳어있을 수밖에 없었다.
“……걱정하지 말라기에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은근히 타박이 깃들어있는 시지포스의 말에 알데바란이 시원시원한 웃음을, 아스프로스가 속을 알 수 없는 웃음을 되돌린다. 뭐가 문제 될 것이 있냐는, 뻔뻔하기까지 한 태연자약한 모습에 결국 시지포스도 포기하고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현재 셋은 술과 간단한 안줏거리, 저녁 식사 재료를 사 들고 시지포스의 집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아이를 혼자 내버려두는 것이 걱정된다면 혼자 두지 않으면 된다는 지극히 간단하고 단순한 도출로 형성된 결과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린아이가 있는 데서 술자리를 벌여도 괜찮은 것인가 고민했던 시지포스지만 어린아이는 먼저 재우면 된다는 알데바란의 말에 바로 꺾어버렸다.
하긴, 생각해보면 두 사람이 술을 마셨다고 해서 위험한 주정을 부리거나 할 사람들이 아니니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레굴루스의 타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적개심도 사그라진 만큼, 오히려 이렇게 여럿이서 떠들썩하게 식사를 하는 쪽이 아이의 정서에는 더 좋을지도 모른다.
자연스럽게 사고가 다시 레굴루스에게로 돌아간다. 그러고 보니, 레굴루스 오후에는 혼자 있었겠지. 외롭지는 않으려나. 지금쯤이면 배도 무척 고플 텐데. 낯선 사람들을 보고 피하려나. 설마 또다시 숨어버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 시지포스가 질리지도 않고 침울해지려던 찰나 타이밍 좋게 알데바란이 어깨동무를 해왔다.
“자아, 조카가 기다리니까 빨리 가지. 시지포스.”
제법 장신인 시지포스조차 올려다봐야 할만큼의 거구인 알데바란에게 어깨동무를 당하면 거의 짓눌리는 듯한 모양새가 된다. 그럼에도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 남자의 천성 자체가 밝고 호쾌하기 때문일까. 그의 기분에 감화된 것처럼 시지포스는 머릿속의 먹구름을 걷어내며 시원스럽게 웃었다.
“아아, 그래.”
어깨동무를 풀지 않은 채로 발걸음을 빠르게 하는 두 사람의 뒤를, 아스프로스는 느긋하게 따라갔다.
셋이서 집에 도착했을 때 거실은 어둠에 잠긴 채였다. 아직까지 불도 켜지 않고 무슨 일일까. 순식간에 솟아오르는 불안을 억지로 내리누르며 시지포스는 벽을 더듬어 불을 켰다. 갑작스럽게 밝아진 시야에 몇 번 눈을 깜빡이고 나자 다행이도 곧바로 거실 소파에 자든 레굴루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카인가? 꼭 닮았군. 하고 속닥거리는 친우들의 목소리를 흘리며 시지포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시지포스는 구두를 벗고 레굴루스에게로 다가갔다. 그대로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고 얼굴을 들여다본다. 고른 숨을 내쉬며 잠들어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편안해 보인다. 저녁을 차리기 전까지 더 자게 내버려 둘까. 조금 추워 보이니까 방에서 이불을 가져다주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레굴루스가 웅, 하고 조그맣게 신음을 흘리며 몸을 뒤척였다. 깜짝 놀란 시지포스가 어깨를 튕겼다. 큰일이다. 레굴루스가 유난히 타인의 기척에 민감하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그대로 굳어버린 시지포스의 눈앞에서 천천히 레굴루스가 눈꺼풀을 열었다. 아직 잠에 취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가까이에 있던 시지포스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녹색 눈동자가 한층 커진다.
“시지포…… 악!!”
“……윽!!”
제대로 굳어 있던 시지포스는 급하게 일어나는 레굴루스를 미처 피하지 못해 그대로 콧잔등을 얻어맞았다. 뒤에서 삼촌과 조카를 지켜보던 두 사람이 무심코 눈을 질끈 감아버릴 정도로 큰 소리가 울려 퍼진다. 알데바란과 아스프로스가 다시 눈을 떴을 땐 레굴루스는 머리를, 시지포스는 콧잔등을 부여잡고 끙끙대고 있었다. 묘하게 웃음이 나오는 광경에 둘은 참지 않고 피식피식 웃음을 흘렸다.
두 사람의 웃음소리에 정신을 차린 듯 레굴루스가 고개를 들었다. 커다란 눈동자엔 아직도 그렁그렁 눈물이 고여 있지만 그래도 필사적으로 말을 건다.
“어, 언제 왔어. 시지포스?”
“조금 전에 왔어.”
아직까지 콧잔등을 부여잡고는 있지만 그래도 먼저 충격에서 회복한 시지포스가 상냥하게 대답한다. 그러다 문득 쓴웃음을 지었다.
“깨워버렸구나. 미안.”
아, 아니, 하고 레굴루스가 세차게 머리를 흔든다. 그리곤 무언가 생각난 듯 허둥지둥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한다.
무슨 일인가 하고 보고 있는 찰나 레굴루스가 손에 잡힌 것을 시지포스에게 불쑥 내밀었다. 무심코 시지포스는 그것을 받아들었다. 종이로 만든 붉은색의 꽃……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서툴게 접힌 물체이다. 의미를 몰라 얼굴을 바라보자 레굴루스가 조금 수줍게 웃는다.
“카네이션이야.”
순간적으로 의미가 잘 이해되지 않았다. 반사적으로 레굴루스를 한 번 보고, 뒤에 서 있는 친우들을 한 번 보았다. 지금 제가 들은 것을 확인하는 몸짓이다. 어디까지나 구경꾼 역할에 충실하던 알데바란이 고개를 끄덕이고 아스프로스가 그러고 보니 오늘은 어버이날이지, 하고 중얼거렸다. 의미를 파악한 눈동자가 일순 커진다. 다시금 레굴루스를 보자 아이는 희미하게 뺨을 붉히며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 오늘 학교에서 어버이날이니까 만든다고 해서. 나 이제 부모님이 안 계시니까 만들지 않으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까 시지포스가 있잖아. 시지포스는 만날 나 돌봐주고, 밥도 차려주고, 아버지는 아니지만 아버지나 마찬가지라고……, 응, 그래서.”
시지포스는 아무런 반응도 못 하고 레굴루스의 말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더듬더듬 얘기하는 아이의 말에 가슴이 꽉 조여든다. 가장 먼저 든 감정은 안도였다. 다행이다. 이 아이는 나를 싫어하지 않는구나. 서툴지만 사실은 제대로 의지해 주고 있었던 거구나. 그리고 뒤이어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온갖 감정들이 솟아오른다. 여러 가지로 섞인 소용돌이에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움직이지 않는 그가 이상했던 것인지 뒤에서 아스프로스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레굴루스도 기색을 알아차리고 그의 이름을 부르며 얼굴을 들여다본다. 그 순간─ 시지포스는 더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시, 시지포스?!”
갑작스러운 눈물에 당황한 레굴루스가 안절부절못한다. 뒤에서 지켜보던 알데바란과 아스프로스도 어이쿠야, 하고 쓴웃음을 흘린다. 눈물을 그쳐야 하는데. 빨리 레굴루스를 진정시켜야 하는데. 아, 안 돼. 아스프로스가 사진을 찍는 것 같은데. 나중에 놀림 당할지도. 그런데, 그런데도 도저히 눈물이 그치지 않아 시지포스는 계속 울었다. 기쁘게 울면서 웃었다.
* * *
“나 예전에는 종이접기 엄청 못했구나.”
진지한 중얼거림에 시지포스는 상념에서 깨어났다. 레굴루스를 바라보자 소년은 예전의 작품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과거의 작품을 평가하는 듯한 명장의 모습에 시지포스는 속으로 웃음을 흘렸다. 손재주가 별로 없는 소년이 지금도 어설픈 작품밖에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 동안 종이 카네이션을 샅샅이 살피던 레굴루스는 이내 그것을 상자에 다시 돌려놓고 풀썩 소파에 등을 기댔다. 그리고 희미한 빛을 띤 눈동자로 시지포스를 올려다본다.
“시지포스는 저게 보물이야?”
“그래, 레굴루스가 준 거니까.”
시지포스는 부드럽게 웃으며 레굴루스의 앞머리를 쑤석였다. 입가에 새겨진 미소가 깊다. 느슨하게 풀린 모습은 지인이 봤다면 팔불출이라며 놀릴 정도였지만 아직 그런 단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레굴루스는 그저 시지포스의 기분이 좋아 보여 덩달아 헤헤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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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미포 5612자
제 안의 시지포스는 어디까지나 팔불출(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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