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끝나고 가방을 챙기던 야토는 무심코 창밖을 내다봤다가 펼쳐진 풍경에 손을 멈췄다. 아침까지만 해도 맑았던 하늘이 어느새 새카맣게 흐려져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심지어 눈까지 내리고 있다. 딱 봐도 기세가 심상치 않다. 어째 폭설이 될 눈치라 야토는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큰일 났다.” “응? 뭐가?” 무심코 중얼거린 혼잣말을 들었는지 옆에서 기다리던 텐마가 쳐다봤다. 야토는 대답하는 대신 가만히 손으로 밖을 가리켰다. 손가락을 따라 움직인 적갈색 눈동자가 동그래졌다.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는지 우아아, 하고 괴상한 소릴 내는 꼴이 웃겼다. 평소라면 그 바보 같은 모습에 이죽거렸겠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별로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야토는 일말의 희망을 담아 간절히 질문..
주택가를 지나고 있던 도코는 우연히 골목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발을 멈추었다. 둔탁하면서도 날카롭고 사이사이에 노성이 섞인 소란. 이는 분명 누군가 싸우고 있는 소리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도코는 망설임 없이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친우인 시온의 설교 때문에라도 조금쯤은 고민했겠지만 저 소음 가운데 어린 목소리가 끼어있어서야 그럴 틈도 없다. 도착한 곳에서는 역시나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남자 셋이 몸집이 조그만 소년 한 명을 둘러싸고 폭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가려져서 소년의 모습이 잘 보이지는 않지만 척 봐도 또래끼리의 싸움은 아니다. 그 사실을 인식하고, 도코는 노명이 섞인 포효를 내질렀다. “네 녀석들!! 무얼 하고 있는 건가!!!”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
blueskaia님 리퀘, 로캔 현대AU 카르데젤+알바피카 “어─이, 데젤. 아직 멀었어?” “……이제 막 주문했을 뿐이잖아. 그리고 나에게 재촉해도 소용없다만.” 가볍게 대꾸하자 카르디아가 투덜거리며 어깨에 기대왔다. 무겁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칭얼거리는 친구의 행태에 데젤은 무심코 한숨을 내쉬었다. 둘의 친밀한 모습에 바로 앞에서 빵을 굽고 있던 아저씨가 하하 웃었다. 먹고 돌아서면 배고픈 성장기 청소년들이 아니긴 하지만 대학생도 배고프긴 매한가지다. 거기에 대학생의 무분별한 음주문화까지 곁들여지면 자연스레 대학 주변에는 음식집이 많이 생기기 마련이다. 특히 이 지역은 대학을 중심으로 성장한 곳이기에 그런 경향이 더욱 심했다. 다시 말해 대학을 나오면 보이는 게 카페와 음식점밖에 없다는 얘기다. 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