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얻다 이상하다. 내가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텐마는 심각하게 고민하며 남자를 쳐다보았다. 부드럽게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이 예쁘다고 생각했다. 넓은 어깨와 탄탄한 가슴팍은 부럽다. 잘 단련되어 섬세한 모양의 근육은 동경하고 있다. 의외로 잘 갖추어진 이목구비는 잘생긴 편에 속할 것이다. 맨날 얼굴을 찡그리고 있어서 알기 어렵기는 하지만. 지금처럼 대놓고 불쾌하다는 티를 팍팍 풍긴다면 더더욱. 그래, 현재 데프테로스는 화를 내고 있었다. 그것도 상의를 다 벗어 던진 채로. 당연히 몸매를 과시하고 있는 건 아니다. 텐마도 자세히는 몰랐지만 듣기론 그냥 평상복으로 밖에 나왔다가 사고로 물벼락을 맞아 별수 없이 벗어던지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건 별로 책망할 만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동정이라면 잔뜩 하고..
말란로드의 루이카와 지펠르시의 제놈은 서로를 이해했다. 족장이자 훌륭한 주술사였던 루이카와 마찬가지로 족장이자 뛰어난 전사였던 제놈이 10여 년 동안 전장에서 마주친 것은 13번, 검을 맞부딪친 건 오직 7번이었다. 자신들의 가진 시간의 단위로 따진다면 총 반나절도 되지 않을 짧은 시간. 그 시간 동안, 아니 사실은 한 호흡도 되지 않을 시간 동안 루이카는 제놈을, 제놈은 루이카를 이해했다. 서로 말을 주고받지 않았더라도, 서로 눈길을 주고받지 않았더라도. 모든 의문 속에 그 사실만이 명확했다. 물론 그것은 흔히 말하는 이해와는 거리가 있었다.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감상을 품었는지, 무엇을 바라는지, 그런 씁쓸하고 달콤한 감정은 영원히 불가해의 영역에 있었다. 다만 그들은 알았을 뿐이다. 서..
천천히 의식이 돌아왔다. 제일 먼저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머나먼 곳의 웅성거림, 살금거리는 발걸음 소리, 시트가 구겨지는 소리. 언제나와 같은, 아니 조금 다르다. 평소처럼 작은 것 같으면서도 이상하게도 세심한 부분까지 똑똑히 들리는 듯한. 멍한 머리를 억지로 일깨웠다. 간신히 눈꺼풀이 떨어졌다. 몇 번 깜빡이면 시야가 선명해진다. 사라는 주변을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다시 위화감이 습격한다. ‘……내 방이 이렇게 컸나?“ 천장이 높았다. 문도 멀리 떨어져 있다. 작진 않았지만 그리 크지도 않았던 침대가 지금은 널찍하게 펼쳐졌다. 넘실대는 흰색은 그야말로 시트의 바다. 이게 뭐지? 처음에는 잠결 때문에 환상이라도 보고 있나 싶었지만 몇 번이나 눈을 깜빡이고 봐도 풍경은 변하지 않았다. 진짜 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