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히 잘 지내고 계시는가요? 저는 지금 바다 위에 있습니다. 수면이 평소보다 반짝거리는 게 아주 예뻐요. 뭉게구름이 피어나는 하늘도 푸릅니다. 날씨가 한동안 좋을 것 같아 안심입니다. 바다의 날씨야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하지만 20년 이상 배를 탄 선원도 그러리라 보장했으니 틀림없겠죠. 깊은 곳까지 나왔기 때문인지 바다의 색이 훨씬 까맣군요. 구름도 땅 위에서 보던 것과 모양을 달리합니다. 공기 중에는 항상 소금기가 떠돌고, 바람마저 모습을 바꾼 듯한 기분입니다. 신기한 일이지요. 지난 7여년 간 매일 봐왔던 바다인데, 배를 탔다는 것만으로 시야가 너무 달라졌습니다. 여기서라면 밤하늘도 분명 다르게 보이겠죠. 사실 편지란 것을 처음 써보는지라 시작하기 전부터 걱정이 한가득이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
너른 수평선이 펼쳐졌다. 짠 내 나는 바람이 분다. 물결에 따라 햇살이 흐드러진다. 반짝반짝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바다였다. 익숙지 않은 풍경에 데프테로스는 눈을 조프렸다. 지독히도 꿈결 같았고, 지독히도 평범했다. 제게 어울리지 않음이 평범이었고, 그럼에도 이상하지 않다는 게 꿈결이었다. 이러한 모순은 무엇 덕분에 가능한 걸까.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알 수 없다. 어차피 답을 구한다고 한들 헝클어지기만 할 뿐이다. 때문에 데프테로스는 의미 없이 시선을 흘렸다. 조그만 모래사장의 면면이 시야에 들어왔다. 아테네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이다. 가까이에 마을도 없고 절벽으로 둘러싸여 접근하기도 어려운 곳. 그런 만큼 사람의 모습이라고 찾아볼 수 없었다. 단 하나의 소년을 제외하고. 던져진 시선의 끝에 텐마..
글 쓰고 싶은데 글 쓰기 싫어서 적는 당신의 이름 아래서 인물 관계도, 라기 보다는 서로에 대한 감상평사실 스스로 정리하기 위해 쓰는 목적이 더 강함 아테나 무서운 보스. 별로 협박하거나 괴롭히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무섭다. 이유는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그 사가랑 그 샤카가 찍소리도 못하고, 가끔은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별별 사실을 다 꿰뚫고 앞서 손을 써놓거나 하니까요. 사실 좋은 보스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보스는 이렇게 덫을 놓거나 계략을 꾸미거나 놀리거나 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월급과 보너스는 많이 주기에 원망은 별로 없다. 돈이 전부인 건 아니지만 돈만큼 중요한 것도 별로 없죠. 휴가도 많이 줬으면 싶지만 거기까지는 말하지 않는다. 별개로 이렇게 고용된 관계가 아니라 그저 한 명의 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