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찾다 콜로세움으로 들어서던 텐마는 익숙한 푸른빛을 발견했다. 황금색이 무척 잘 어울리는 푸르름. 한없이 시리게도 보이지만 사실은 굉장히 상냥한 색이다. 뭐, 얼굴은 상냥함이랑 거리가 좀 멀긴 하지만. 주변에 둥글게 빈 공간이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다들 무서워서 피하고 있는 것이다. ‘진짜 변함없네.’ 텐마는 무심코 웃어버렸다. 웃긴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다. 본인이 알면 욕설을 내뱉겠지만 데프테로스가 곤란해하는 걸 보는 게 조금 즐거운 것도 있긴 있다. 문득 데프테로스가 몸을 돌렸다. 살짝 보이던 옆얼굴이 사라진다. 완전한 뒷모습. 이쪽을 알아채지 못한 것처럼 그대로 멀어진다. 왜인지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뒷모습. 아, 그때처럼─ 갑자기 머리가 아파왔다. 고통을 참지 못하고 텐마는 몸을 옹송그렸..
※여체화 주의 어쩐지 웃음이 나왔다. 신기하다. 몸은 삐걱거리고 아픈데 기분만은 지나치게 상쾌했다. 이제 더는 고통을 안고 갈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아서일지도 모른다. 가느다란 숨과 함께 진심을 내뱉었다. 눈이 마주친다. 아직 새빨갛게 물들어 있는 눈동자. “이렇게 되어서야 우리는 서로의 눈을 보면서 이야기할 수 있어. 어렸을 때 이후로 차분하게.” 형의 얼굴을 보았다. 그립고, 사랑스럽고, 존경했던, 때로는 증오하지 않을 수 없던 얼굴을. 놀란 듯한 표정이 우습다. 저런 모습을 마지막으로 봤던 건 언제일까. “이걸로 됐어. 내 일격은 확실하게 네 중심을 꿰뚫었으니까.” 바람은 이루어졌다. 형을 위해 할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일, 최소한의 속죄, 그리고 자신에게 있어 최대한의 이기심. 이제 더는 바랄 ..
Boy and Phantom 가까이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진다, 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머리 위로 요정이 사뿐히 내려앉았다. 「텐마! 노을의 아이야!」 귓가에서 꽥꽥 소리가 울린다. 외친 건 녹갈색의 깃털을 가진 새의 모습을 한 요정이다. 이름은 모른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없다. 요정은 원래 오롯하고 대체할 수 없는 존재나 패밀리어가 아닌 한 전체의 명칭─이라곤 해도 거의 인간이 붙인 것이지만─으로 불릴 뿐, 개개가 이름을 가지진 않는다. 이 요정의 경우는 실프나 아리엘일까. 텐마는 속으로 몰래 어치Jay라고 부르고 있다. 이유는 물론 시끄러워서다. 「텐마! 텐마!」 “……또 뭔데.” 절로 퉁명스러운 말투가 튀어나왔다. 냉담하다고 느껴질 만한 태도지만 텐마는 딱히 반성하지 않았다. 이 녀석은 자신에게 들러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