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히 여겨지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 사가세이 세이야가 새벽녘에 잠을 깬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일어났다고는 해도 머리는 아직 반쯤 수면의 바다를 헤엄치고 있었다. 제대로 된 사고가 이어지지 않는다. 눈꺼풀도 지독히 무거웠다. 무언가 꿈을 꾼 것 같기도 했지만 그것뿐이다. 세이야는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고, 아직 새벽이란 사실만을 힘겹게 깨달았을 뿐이다. 일어나야 할 시간이 아니구나. 반사적으로 판단하고 다시 자기 위해 몸을 조금 뒤척였다. 그대로 아무 일도 없었다면 세이야는 바로 휴프노스의 유혹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세이야는 그리할 수 없었다. 몸을 뒤척인 순간, 갑자기 이불이 어깨 위까지 올라왔다. 물론 제가 잡아당긴 건 아니었다. 누가? 갑자기 습격한 의문이 각성의 시간을 좀 더 지..
느즈막한 오후였다. 벽 한쪽을 온통 차지하는 커다란 창에서 햇빛이 쏟아 든다. 방안이 온통 오렌지 색으로 물들었다. 구름 그림자가 희미하게 스친다. 그 한가운데 사라가 있었다. 살짝 내리깔린 속눈썹 위로 햇살이 부서졌다. 다갈색이 얼핏 황금빛으로 물든다. 세이야는 그런 누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평소였다면 시선을 알아채고 금방 얼굴을 마주해줬겠으나 드물게 일에 집중하고 있는 건지 반응이 없다. 한 5분쯤 보고 있는 것 같은데. 사가의 입장에서 보자면 참 바람직한 자세겠으나 세이야에겐 전혀 그렇지 않았다. 자길 몰라준다고 삐진 건 아닌 데 뭔가 허전하다. 결국 세이야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누나.” 천천히 사라가 고개를 든다. 주변에서 이것만큼은 꼭 저와 닮았다고 말하는 눈동자가 깜빡였다.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