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추위가 도래했다. 입을 열면 부러 노력하지 않아도 뽀얀 입김이 나왔다. 해도 짧다. 늦은 오후인데도 사위가 컴컴하다.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추워졌네.” 의미 없이 텐마가 말을 흘린다. 말투는 지독히 열없고 얄팍했다. 옆에 있던 야토도 여상히 말을 받았다. “벌써 12월이니까. 어떤 가게는 벌써 크리스마스 트리도 세웠더라.” 대단할 것 없는 문장이었으나 뚝, 부자연스럽게 텐마의 걸음이 끊어졌다. 덩달아 야토와 유즈리하의 다리도 멈췄다. “12월?” 세상에 종말,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심각하게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삐걱거리는 모양새가 기름칠 안 한 고철덩어리 같다. 왜 저래? 야토와 유즈리하는 서로 눈짓했지만 당연히 답은 나오지 않는다. “오늘이 28일이니 내일모레면 12..
- 리퀘 글- 언제 받았는지 까마득해서 신청해 주신 상냥한 분도 잊어버리셨을 듯- 신청해주셔서 정말 죄송하고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kiss it better :키스하여 고치다 ((어린이의 아픈 곳에 키스해 주다)) 전략.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성공한 데프테로스와 텐마의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를 닮은 아주 예쁜 쌍둥입니다. 여기까지는 흔한 문장, 흔한 이야기. 이야기가 여기서 끝났다면 단순한 해피엔딩이었겠으나― “데프테로스가 이상해.” 출산 후 벌써 삼 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느닷없는 친우의 고백이 토해졌다. 참으로 맥락 없는 말이었으나 본인에겐 아니었는지 텐마는 영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성전 때나 봤을 법한 진지한 얼굴이라 야토는 그에 맞춰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새삼스럽게.” 진..
달을 얻다 이상하다. 내가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텐마는 심각하게 고민하며 남자를 쳐다보았다. 부드럽게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이 예쁘다고 생각했다. 넓은 어깨와 탄탄한 가슴팍은 부럽다. 잘 단련되어 섬세한 모양의 근육은 동경하고 있다. 의외로 잘 갖추어진 이목구비는 잘생긴 편에 속할 것이다. 맨날 얼굴을 찡그리고 있어서 알기 어렵기는 하지만. 지금처럼 대놓고 불쾌하다는 티를 팍팍 풍긴다면 더더욱. 그래, 현재 데프테로스는 화를 내고 있었다. 그것도 상의를 다 벗어 던진 채로. 당연히 몸매를 과시하고 있는 건 아니다. 텐마도 자세히는 몰랐지만 듣기론 그냥 평상복으로 밖에 나왔다가 사고로 물벼락을 맞아 별수 없이 벗어던지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건 별로 책망할 만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동정이라면 잔뜩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