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가장 짧은 주문이라고 한다. 아르테리아. 그것이 그녀의 이름이었다. 태어난 직후 붙여진, 타인과 구별하기 위한, 피아의 구분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을 적부터 불린 그녀의 이름. 몇 번이고,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시간 동안 그렇게 불렸다.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도, 그녀를 싫어하는 사람도, 두려워하는 사람도, 미워하는 사람도, 그 모두가 그녀를 그렇게 불렀다. 그녀를 계속 옥죄어오는 그 이름으로. 이제는 아주 소수의 집단만이 쓰는 언어로 이루어진 그 이름은 그녀에게 있어 절망이었다. 그 뜻을 알고 부른 자도 있었을 터고 모르고 부른 자도 있을 터였다. 어찌 되었든 이름은 계속해 불리고 불려, 그녀는 점차 지쳐갔다. 그래도 그녀가 무너지지 않았던 것은 이름을 부른 자가 전부 타인이었기 ..
그는 이제야 제게 온 소포를 살펴보았다. 거기에 찍혀있는 소인은 무려 7년 전의 것. 아직 어린 소년이던 그에게 와야 할 물건이 이제야 도착한 것이다. 사실은 이미 소실되어야 옳은 것을, 어찌 된 일인지는 몰라도 어떻게든 본래 있어야 할 곳에 소포가 왔다는 사실에 그는 묘한 감동마저 느꼈다. 게다가 하필 이 날에. 1년 전도 아니고 1년 후도 아닌, 하필 이 소포를 보낸 그 사람이 죽은 지 1주년이 되는 이 날에. 이 역시 운명의 장난이라고, 그는 그렇게 가볍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조금 머뭇거리며 이미 낡은 포장을 뜯어냈다. 세월에 너덜너덜해진 상자는 의외로 커다란 구멍도 없이, 내용물을 제대로 보관하고 있었다. 그 안에서 잠들어 있던 것은 오랜 시간에도 빛이 바래지 않은 유리병.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
너의 이름이 내게 왔다. 전쟁이 시작 된 지도 벌써 7년이 흘렀다. 처음의 기세는 어디로 갔는지 이제는 작은 소모전만 되풀이되는 실상이다. 다만 울음만은 처음 시작될 때와 같았다. 자그맣다고 하지만 그래도 전쟁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죽어 나가고 있고 물자는 점점 부족해지고 있다. 지금 와서는 이 전쟁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잊어버릴 만큼 끔찍한 살육만이 반복되고 있었다. 아마 어느 나라가 이기든 간에 행복한 결말 따위는 없을 거라고 연燕은 생각했다. 이제는 전쟁보다는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사람들, 커다랗게 느껴지는 빈자리, 난폭해지는 사람들의 마음, 황폐해진 땅. 이 모든 것들이 원래대로 돌아가는 데에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 차라리 죽어버리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럼에도 연이 버티고 서있는 것은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