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도로키 쇼토가 그 소식을 들은 건 오후 순찰을 마치고 복귀한 시점이었다. 저와 미도리야가 심상치 않은 관계라는 걸 아는 직원이 속살거려준 덕분이었다.
미도리야의 부상. 듣자마자 머릿속이 새하얘졌고, 다음 순간에는 이미 사무소를 뛰쳐나가고 있었다. XX 병원이요! 뒤에서 직원이 주변은 신경 쓰지도 않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얼이 나가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고 있던 토도로키에게는 퍽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택시를 잡을 시간도 없어 무작정 달렸다. 중간에 몇몇 부딪힌 사람들이 있었지만 미안하단 말도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 저 사람 쇼토 아니야? 얼굴이 워낙 팔린 덕택인지 금방 사람들이 알아보고 비켜주기 시작했다. 쇼토가 저리 달려가는 걸 보니 어지간히 급한 일이 있나 보지. 까딱하면 개성이라도 사용할뻔한지라 모두의 배려가 고마웠다.
문득 예전 일이 떠올랐다. 미도리야는 학생 때부터 무모함과 자기희생의 환장할 콤비로 병원 신세를 지내는 일이 많았었지만, 그런 그조차 정말 위험했다고 느낄 정도로 크게 다친 적이 한 번 있다. 1년 전의 일이다. 당시 미도리야는 일주일간 깨어나지 못했으며, 한 달은 제대로 거동조차 할 수 없었고, 복귀하는 데에는 반년에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토도로키는 그 기간 동안 후회로 미도리야의 곁을 지켰다.
어쩔 수 없던 일이란 걸 안다. 그때의 사건은 자연재해에 가까운 일이었다.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고, 누구도 대응할 수 없었다. 그나마 미도리야가 있었기에 피해가 더 커지지 않고 끝났던 것이다. 그래도 토도로키는 한탄했다.
미도리야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주저 없이 손을 뻗는다. 그런 상냥함에 구원받았기에 가치를 부정할 수 없다. 히어로의 귀감이 될만한 행동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토도로키는 가정했다.
네가 손을 뻗지 않는다면, 타인보다 자신을 먼저 생각한다면. 그런다면 다치지 않고 온전한 모습으로 내 곁에 남아있을까. 필시 바라마지 않는 미래. 동시에 이루어질 수 없는 미래이기도 했다. 그런 미도리야였다면 제가 사랑했을 리 없으므로. 자기모순은 언제나 잔혹하다.
멀지 않은 거리였기에 병원에는 금방 도착했다. 데스크에서 미도리야의 병실을 찾고 다시 뛰었다. 실내에서 뛰지 마세요! 간호사의 제지는 들리지 않은 지 오래였다.
403호. 그 아래, 미도리야라고 쓰여진 문자가 어색하다. 무기질의 문이 굳건히 닫혀있었다. 정작 목적지에 도착한 주제에, 토도로키는 이제야 망설였다. 겁이 났다는 말이 옳다. 이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미도리야가 그때와 같은 모습으로 누워있다면, 자신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나 계속 그대로 있을 수도 없었다. 앞으로 나아가든가, 여기서 돌아가든가,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떨리는 손이 문고리를 잡는다. 두 호흡 뒤, 소리도 없이 부드럽게 문이 열렸다.
“아, 토도로키 군.”
해맑은 미소가 자신을 맞이한다. 순간 맥이 풀려, 토도로키는 그 자리에서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토, 토도로키 군? 왜 그래? 어어어어어디 아파? 간호사 부를까? 어지간히 놀랐는지 미도리야가 파드득 뛰어왔다. 제가 어디 다쳤나 싶어 차마 만지지도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는 꼴이 히어로라고 보기 힘들 정도다. 진정해. 토도로키는 한숨을 하나 내쉬고 정말로 간호사를 부르려 뛰어나가려는 미도리야의 오른손을 잡았다. 소란이 딱 멈췄다.
“……네가, 다쳤다고.”
분명 그렇게 들었는데. 웅얼거리자 미도리야가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입원하긴 했는데, 다치진 않았달까, 사실 별것 아니긴 한데…….
두서없는 미도리야의 말을 정리하자면 이랬다.
한 시간 전, 미도리야는 빌런의 습격 때문에 무너져가는 건물에서 사람들을 구출하고 있었다. 빌런이야 일찌감치 잡혔고, 남은 사람들도 얼마 없었기에 순조로운 작업이 되리라 생각했다. 한데 어찌 된 일인지 갑자기 건물 한 부분이 크게 무너졌고, 설상가상으로 그 아래에 어린애가 있었다. 당연히 미도리야는 일단 몸부터 던져 어린아이를 보호했다. 물론 개성으로 떨어지는 파편을 먼저 부쉈기에 맞은 건 돌멩이 몇 개였고, 상처도 기껏해야 생채기였다. 다만 어린아이가 놀라서 너무 서럽게 운 게 문제였다. 울음소리를 들은 다른 히어로가 엄청나게 큰일이 생긴 줄 알고 기겁해 뛰어왔고 그 기세 그대로 미도리야를 병원에 밀어 넣었다는 게 사건의 전말 되시겠다.
“다들 기왕 이렇게 된 거 며칠 쉬라고 말해서…….”
그렇다고 입원할 필요까지는 없는데 말이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는 모습이 퍽 다정하다. 토도로키는 명치께에 꽉 막혀있던 걸 토해냈다. 미안. 걱정했어? 머리카락을 쑤석이는 손길이 이리 애달프게 느껴진 건 처음이었다.
“네가 병실에 있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필시, 앞으로 몇 번이고 반복될 일이라도 익숙해질 일은 없으리라. 기껏 투정을 부렸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미도리야는 상냥하기에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다. 토도로키도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그래도 이럴 때마다 불쑥 화가 솟았다. 너는 왜. 어차피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알면서.
미안. 제 속을 읽은 듯 머리카락을 쓰다듬던 손길이 잦아든다. 미안. 속삭이는 사죄가 참으로 덧없다. 차라리 매달릴까. 울고불고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한다면 미도리야는 떠나지 못할 텐데. 그럼에도 실천하지 않는 건 저 역시 히어로였기 때문에. 그리하여 너는 또 다치고 말겠지.
“하지만.”
토도로키는 미도리야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 따뜻한 태양의 냄새는 이미 제게 익숙한 것이었다.
“그래도 내 곁에 돌아와 줘.”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나 역시 네 곁으로 돌아갈 테니.
목덜미에 팔이 휘감긴다. 껴안는 힘이 강하다. 응. 망설임 없이 떨어진 대답에 토도로키는 겨우 안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