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겨울이긴 하지만 며칠 새 날이 많이 따듯해졌다. 이제는 추위에 몸을 벌벌 떠는 일도, 숨을 내뱉으면 하얗게 입김이 서리는 일도 없다. 단순한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하늘도 전보다 훨씬 부드러운 색을 띠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하늘을 올려다보며 텐마는 멍하니 생각했다. 배고프다. 모처럼 밖에 나왔다가 귀가하고 있는 현재 시각은 오후 4시경. 성장기 청소년에겐 한창 배고플 시간이다. 자동적으로 간식 생각이 난다. 형제는 다 비슷한 법인지 때마침 옆에서 걷고 있던 세이야도 말을 걸어왔다.
“텐마.”
“응?”
“배 안 고파?”
“배고파.”
시선이 마주친다. 결심하면 행동으로 옮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서로 일심동체임을 확인한 형제는 곧바로 저 앞에 있는 편의점을 습격했다.
“안녕히 가세요.”
아르바이트생의 인사를 들으며 텐마는 희희낙락한 얼굴로 편의점에서 나왔다. 손에 든 것은 찐빵 하나. 조금 전까지 찜기에 들어있던 거라 따끈따끈하다. 기대에 차 한입 베어 물면 포슬포슬한 빵과 즙이 넘치는 야채소의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행복해라. 절로 미소가 만면한다. 옆을 보면 세이야도 똑같은 표정이다.
문득 세이야가 이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호기심, 이라고 해야 할까 뭔가 탐욕이 가득 담긴 눈길이었다.
“텐마 건 안에 뭐 들었어?”
“응? 야채인데.”
“난 그냥 팥인데. 아~ 그러니까 그것도 먹고 싶어졌다.”
이 녀석은 얼마나 먹성이 좋은 거야. 별로 남 말 할 처지도 아니건만 텐마는 순간적으로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혀버렸다. 세이야의 표정을 보니 진심임과 동시에 별 생각 없이 한 말이다. 이것 참. 결국 텐마는 한숨을 내쉬었다.
“내 거 반 줄게.”
“어, 진짜?”
“그래, 자.”
베어 물지 않은 부분을 잘라주자 세이야가 눈을 빛내며 덥석 문다. 눈이 빛나는 게 마치 별과 같은 반짝임이다. 뭐, 기뻐한다면 그걸로 좋다. 텐마는 찐빵을 즐거운 듯이 우물거리고 있는 동생의 모습을 흐뭇하게 쳐다봤다. 그때 눈앞에 무언가가 불쑥 들이밀어 졌다.
“내 것도 반 줄게.”
세이야가 웃는다. 그를 잠시 멍하게 바라보던 텐마는 이내 기쁜 표정으로 세이야가 내민 반쪽을 베어 물었다.
그 오후의 간식은 정말 맛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인영이 넷.
“……도대체 무슨 부끄러운 짓을 하고 있는 거야 저 녀석들.”
“귀여우니까 괜찮지 않아?”
“텐마랑 세이야는 정말로 사이가 좋네.”
“그러게.”
위에서부터 나이순대로 잇키, 아론, 사샤, 슌이 되겠다. 참고로 다들 뭘 하고 있었냐면 얼결에 넷이 마주쳤다가 얼결에 텐마랑 세이야를 발견하고 말 걸기가 애매해 지쳐보다 보니 얼결에 스토킹 비슷한 짓을 하고 있는 중이다.
개중 혼자 반응이 달랐던 잇키는 동생과 소꿉친구들의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야 귀엽긴 하고, 서로 사이좋은 건 좋은 일이지만 그래도 어릴 때나 하던 부끄러운 짓은 참아줘. 절로 탄식이 나오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게 주변 사람들처럼 둘을 그저 귀여워하기에 잇키는 너무 무뚝뚝했고, 정상적이었다. 아니, 어쩌면 이 경우엔 자신이 비정상일지도. 그런 생각을 떠올리고 잇키는 순간 좌절했다. 물론 주변에선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이렇게 오늘도 깊어져만 가는 맏형의 비애와 지나치게 자신들을 감상하고 있는 소꿉친구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형제는 어디까지나 화기애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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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미포 1227자
텐마 나오는 글 쓰고 싶어!+겨울도 다 갔지만 호빵(호떡) 먹고 싶어! 라는 의미에서 쓴 글. 딱히 뭔가를 생각했던 게 아니므로 짧아졌.... 아니... 뭐.. 이쪽은 원래 다 조각글에 가까우니까.....◐◐
소꿉친구들 관계도를 보자면 세이야랑 텐마는 두루 친하고 사샤랑 슌도 꽤 친함. 아론이랑 슌은 여러 부분에서 잘 맞고 사샤랑 잇키도 의외로 고만고만하게 얘기도 잘 하고 친하다고 할 수 있는 편. 다만 아론이랑 잇키 사이가... 겁나 애매한데 동생들 때문에 겉으로만 그럭저럭 친분을 유지하곤 있고 둘만 남으면 파워 어색. 둘만 있던 적이 거의 없어서 그렇습니당....<
또 격조했습니다 상태가 된 것은 그동안 드림물을 쓰고 있어서 그렇습니다...OTL 사실 드림물 완결낼 때까지 다른 건 안 하려고 그랬는 데 손이 느리다보니 완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결국 이러고 있죠'ㅅ')/ 아마 앞으로도 이러고 있지 않을까요... 대신 이제까지보다 더 뜸해질 지도 모릅니다. ....도대체 얼마나 뜸해지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