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이야기
트위터에서 취향 얘기하다 뻘하게 쓰고 싶어져 쓰는 취향
1. 일단 트위터에서 얘기했던 게 날개와 굳건한 성격
2. 그래서 외모 쪽으로 넘어간다.
내가 파란색/은색을 좋아한다고 엄청나게 얘기 했는데 이게 외모로 가면 의외로 수수해지는 것 같다. 백발이나 은발이 싫은 게 아닌데 그래도 역시 좋아하는 건 갈색 머리카락. 검은색 머리카락은 좋아하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너무 새카만 머리카락은 그리 안 좋아하는 듯. 다갈색~옅은 갈색을 좋아한다. 금발은 또 이상하게 싫음. 붉은색 머리카락은 의외로 좋아하는지도.
눈으로 가면 스펙트럼이 좀 넓어진다. 푸른색, 녹색, 갈색 계열. 이게 또 의외로 붉은색이나 보라색 눈동자는 안 좋아한다. 그래서 고전적인 은발-자안이나 은발-적안, 흑발-적안 같은 거 그다지 안 좋아함. 이상한 나. 그래도 역시 캐릭터에 따라 다르다.
여하튼 전체적으로 선명한 원색보다는 채도가 낮은, 차분한 느낌의 색을 좋아한다.
그러고보면 오팔처럼 여러가지 색으로 빛나는 거 좋아함. 왜 흔히 묘사되는 갈색인데 햇빛을 받으면 호박 같다든가 여하튼 각도에 따라 미묘하게 색이 바뀐다 하는 설정 좋아함.
3. 상징이라고 하면 날개도 얘기 했지만 달과 나비 좋아한다. 여러가지 좋아하는 건 많았지만 그래도 예전부터 꾸준히 좋아해왔던 게 있다면 역시 저 둘. 나 의외로 클램프한테 엄청나게 영향을 받았을지도.
또 좋아하는 상징이 있다면 역시 뱀일까. 사람들이 배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게 엄청 좋다.
4. 그러고 보면 이형의 모습도 좋아한다. 귀나 꼬리나 날개가 달려있는 게 아니라 비늘로 덮힌 피부, 지느러미 같은 귀, 거대한 괴물의 손, 고양이 같은 동공처럼 원래 있는 게 당연한 기관이 평범한 인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거.
5. 상황설정 같은 건 역시 헌신적인 거 엄청 좋아한다. 단 한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것. 오로지 당신만을 위한 것. 누가 뭐라해도 이것 밖에 없는 것.
사랑도 역시 순애보적인 것으로. 이게 일그러진 집착으로 변형되는 건.... 음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를 상처입히게 되니까. 집착으로 변해버렸는데도 그것을 억누르고 억누르다 삐끗하는 건 좋아하는 데 변한 집착을 그대로 표현하는 건 안 좋아함. 애당초 제일 좋아하는 건 너를 위해서 지만. 나의 것이 되지 않아도 네가 행복하다면, 하고 모든 걸 바칠 수 있는. 그렇다고 지레짐작으로 자길 안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포기하면 그건 안 되지 말입니다.
그러고보면 구원적인 느낌도 정말 좋아한다. 절망에서 네가 나를 구했다. 그러니 너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네가 나를 구한 순간 세계가 바뀌었으니 너를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네가 나의 빛이었다. 오글거리지만 참 좋아함.
6. 애증은 싫어한다. 라기보다는 이해할 수 없다는 쪽인가. 사실 어떻게 증오하던 쪽을 사랑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너무 증오해서 집착하고, 집착한 나머지 그것을 사랑이라 생각해 버리는 가? 사랑했다가 모종의 사건이 있어서 증오하게 된 경우라면 그럭저럭 이해할 수 있겠으나... 사실 이 경우도 사랑이라기보다는 미련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
내게 사랑이란 건 전부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런데 증오를 품게 된다면 아주 조그만 부분이라도 싫어할 수밖에 없게 될 텐데. 일부를 부정하면서 상대를 사랑할 수 있는지? 물론 나도 좋아하는 사람의 이런 부분은 싫다, 하는 건 있지만... 음... 그 부정과 싫다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싫다는 어떻게든 타협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부정은 절대로 타협할 수 없는 부분? 잘 설명은 못하겠지만.
7. 비슷하게 죄책감이 사랑으로 변하는 과정도 잘 모르겠다. 죄책감을 가졌다는 건 그쪽이 상대적 약자가 되었다는 것과 비슷한데 그런 경우에도 사랑을 할 수 있는지? 울고 미안해서 괴로운데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이쪽이 비굴한 상태에서 정상적인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역시 잘 모르겠다. 그래서 이런 식의 커플링 같은 게 나오면 난 솔직히 호불호를 떠나서 이해가 안 된다는 쪽.
8. 취향 얘기하다 어쩌다 이리 갔냐. 아무튼 다시 돌아와서 고중세는 좋아하지만 근현대는 안 좋아함. 왜냐면 너무 현실적이어서. 판타지 취향인 만큼 역시 현실과는 다른 게 좋다. 그렇다고 무슨 RPG처럼 몬스터 잡고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현실과 비현실이 적당히 섞인 거 좋아함. 그래서 온다 리쿠를 좋아한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가.
더 생각나는 게 없어서 여기까지. 쓰고 보니까 뭔 취향 얘긴 1도 안한 것 같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