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c… 시 citrus_ 2014. 11. 26. 00:34 탄생접기 강물 앞에 서면 물결이 되고숲에 들면 나무가 되는 순간이 있다어깨를 들썩이며모든 시간이 울먹이고 꽃잎이바람이 되는어찌할 수 없는 노래가 있다멍든 가슴이 깨질 때 목마른짐승이 밖으로 뛰쳐나와 들판을 달릴 때언어가 조각나는여리디여린 몸뚱이가 있다절정은 사막인데사막이 피안이 되는 순간이 있다싸움과 변명과누적된 신음이 켜질 때사랑과 믿음과 고독에모두를 맡길 때미지의 심연이 반짝이는찰나가 있다어두운 물질에웃음이 번지는 기적이 있다/탄생 - 황규관 접기아침이 되는 길접기 아침이 왔다지난봄의 슬픔은 수선화 잎에피어난 이슬이 되었다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먼지처럼쌓여 다른 생이 되는 것이다사랑도 꿈도혼란스런 회한과 슬픔과 분노도시간을 한 입 베어 물고 아침이 왔다주어진 건 광야뿐이다햇빛이 냇물 가득 넘쳐서팔뚝만 한 잉어들이 후두둑 뛴다그 사이를 지나면가슴은 깊은 진흙 덩이가 되리라사라지는 것은 없다 모두이 맑은 아침이 되었다다시 적적한 저녁에는빛깔이 다른 고뇌와 설움이찾아올 테지만, 허락된 건아침이 되는 길뿐이다/아침이 되는 길 - 황규관 접기사랑하는 별 하나접기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될 수 있을까.외로워 쳐다보면눈 마주쳐 마음 비쳐 주는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세상일이 괴로워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말에가슴에 화안히 안기어눈물짓듯 웃어 주는하얀 들꽃이 될 수 있을까.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외로울 때 부르면 다가오는별 하나를 갖고 싶다.마음 어두운 밤 깊을수록우러러 쳐다보면반짝이는 그 맑은 눈빛으로 나를 씻어길을 비추어 주는그런 사람 하나 갖고 싶다./사랑하는 별 하나 - 이성선 접기수선화에게접기 울지 마라외로우니까 사람이다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수선화에게 - 정호승 접기흙과 바람접기 흙으로 빚어졌음 마침내 흙으로 돌아가리.바람으로 불어넣었음 마침내바람으로 돌아가리.멀디먼 햇살의 바람 사이햇살 속 바람으로 나부끼는 흙의 티끌홀로서 무한 영원별이 되어 탈지라도말하리.말할 수 있으리.다만 너살아생전살의 살 뼈의 뼈로 영혼 깊이 보듬어후회 없이후회 없이사랑했노라고./흙과 바람 - 박두진 접기요즘은 시가 무척이나 좋다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새창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