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2014.01.09

citrus_ 2014. 1. 9. 00:05




 바람이 살랑 불었다. 새하얗게 피어오른 적운의 끝자락이 살짝 일그러진다. 물감을 쏟은 듯한 하늘과 솜털 같은 구름을 보며 그녀는 눈이 부신 듯 눈동자를 가느다랗게 조였다. 손으로 작은 차양을 만들다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시골의, 그것도 평일 낮의 기차역에는 사람이 없다. 조그만 역사와 쭉 뻗은 레일만이 있을 뿐이다. 레일을 사이에 두고 승강장의 반대에 나무가 일렬로 심어져 있다. 그녀는 식물의 종류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그것이 벚나무라는 것 정도는 알아볼 수 있다. 그에 봄이었으면 좋았으리라고 잠깐 아쉬워한다. 



 허나 여름의 풍경도 나쁘지 않다. 새하얀 역사와 파란 하늘은 꽤 잘 어울렸다. 또한. 그녀는 눈을 조프리고 앞을 본다. 승강장이 끝나는 곳, 역사 앞에 노란 물결이 아른거린다. 아직 거리가 조금 남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그녀는 바로 알아챈다. 그리고 거기에 서 있는 남자 또한. 



 걸음이 점점 빨라질수록 남자가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셔츠가 새하얗게 빛났다. 바람에 그의 가느다란 머리카락이 흩날린다. 만지면 매우 따뜻하고 보송보송할 것 같은 햇살과 같은 색이다. 품에는 허락을 받았는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주변의 커다란 꽃을 꺾어 들고 있다. 그다운 행동이다. 조금 더 걸음을 재촉한다. 이제 거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 온 것을 알리듯 그녀가 소리를 낸다. 들리지 않아도 이상하지 않을 조그만 소리였지만 바로 알아채고 남자가 고개를 돌린다. 그의 입이 크게 벌어진다. 그의 품에 있는 해바라기와 같은 미소가 떠오른다. 그녀는 무심코 조그맣게 웃어버린다. 여름날, 새하얀 셔츠와 금발과 해바라기와 함박웃음.



 "너무 설정 같잖아."



 중얼거림을 거리 탓인지 제대로 듣지 못한 듯 남자가 고개를 모로 갸울였다가 이내 아무래도 좋은지 팔을 크게 흔든다. 천진한 모습이 제법 귀엽다고 그녀는 생각해버린다. 생각 탓에 잠시 걸음을 주춤하자 이제는 그녀의 이름을 계속 불러댄다. 전혀 지치지 않은, 활발하고 상큼한 움직임이다. 그에 곧 그녀 역시 입을 벌리고 크게 웃었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들여, 긴 거리를 건너, 드디어 도착했다. 너를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

진단메이커 키워드: 해바라기, 너를 위해, 함박웃음

공미포 788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