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청동학원]조각글
-퇴고 없음.
-사가X세이야, 아프로디테X슌 성향이 있습니다. 주의.
1.
“잇키!”
노크도 없이 갑자기 문이 열렸다. 주인의 허락도 받지 않고 제멋대로 들어온 것은 브론즈 세인트 중 제일 막내인 세이야다. 뜬금없는 침입에 침대에 걸터앉아있던 잇키는 동생을 향해 몸을 비스듬히 돌렸다. 하지만 이름을 부르며 들어온 주제에 정작 잇키에게는 볼일이 없다는 듯 세이야는 방안을 휙휙 둘러볼 뿐이다.
원하는 것이 발견되지 않았는지 이윽고 세이야의 어깨가 처진다. 그를 보고 있던 잇키는 미간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뭐냐, 갑자기.”
“아니, 여기에 슌이 없나 해서. 혹시 어디 있는지 알아?”
세이야의 물음에 잇키는 자신도 모른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그도 오후 하교 시에 본 게 마지막이었다. 코스모가 탐색되지 않는 걸 보면 저택에는 없는 모양이다. 딱히 어디 간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급한 볼일이 생긴 건가 아니면 잠깐 산책이라도 나간 건가.
망설임 없이 곧바로 떨어진 반응에 세이야가 눈썹을 팔자로 만들었다.
“뭐야, 수학숙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물어볼랬는 데.”
“그거라면 76페이지까지 일 텐데.”
무심코 흘러나온 중얼거림을 듣고 잇키는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그래? 땡큐─”
상대는 다르지만 어쨌든 목적하던 바를 달성한 세이야는 가볍게 감사를 표하고 방을 나서려고 했다. 그러다 순간 동작을 멈추고 어색한 모습으로 목만 움직여 잇키를 돌아본다. 아직 볼일이 남았냐는 듯 잇키가 한쪽 눈썹을 들어 올렸다. 지나치게 태연해서 눈치 못 챌 뻔했다. 의아함에 사로잡힌 세이야가 두 눈을 빠르게 깜빡인다.
“근데 네가 어떻게 우리 반 숙제 범위를 알아?”
“…….”
브라더 콤플렉스의 맏형은 입술을 꾹 다물고 침묵했다.
2.
세이야는 당장에라도 앉은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쉬는 시간의 학급은 떠들썩하다. 그렇게 하자고 약속한 것도 아닌데 모두 종이 울리면 삼삼오오 모여서 잡담을 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세이야도 별반 다르지 않아 몇몇 학우들에게 둘러 싸여있다. 원래 사교성이 좋은 세이야는 이런 상황을 싫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좋아한다고 해도 괜찮다. 하지만 지금은 차라리 잇키처럼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무엇이 문제냐면 소년들이 소리를 낮춰서까지 얘기하고 있는 여성취향이라든지 연애라든지 하는 주제 때문이다.
한창 때의, 사춘기의 소년들이 이런 얘기를 하는 건 별로 이상하지 않다. 문제는 세이야가 이런 데 면역이 없다는 것이다. 형제들과도 곧잘 수다스럽게 떠들긴 하지만 다들 성격상의 이유도 있어 이런 주제가 화두로 떠오른 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주의 깊게 듣거나 적당히 맞장구 칠만큼 흥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빨리 다른 주제로 넘어갔으면 하고 남몰래 바랐지만 한 번 오른 열은 좀처럼 식을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빨리 와, 슌!'
볼일이 있어 교무실에 간 슌의 이름을 속으로 울부짖으며 세이야는 조용히 한숨을 억눌렀다.
사실 이런 얘기는 그저 한 귀로 듣고 흘리면 그만이다. 다들 얘기에 열중해있는 만큼 청자의 역할을 조금 소홀히 한다고 해서 화를 내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세이야가 초조해하고 있는 것은 혹시나 자신에게로 화살이 날아올지도 모르는 상황을 염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이야는 연인이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적당히 속여 넘기면 될 뿐인 얘기이긴 하지만 아쉽게도 세이야는 형제들의 지적처럼 생각이 표정에 다 드러난다. 속이려고 해도 금방 들킬 테고 그러면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그 경우 대개는 자각 없는 자랑이 돼버려 나중에 깨닫고 부끄러움에 습격당해 몸부림치게 된다. 더군다나 그 얘기가 다른 사람의 귀에 들어가게 된다면…… 상상만 해도 죽고 싶다.
그러니까 그만두라고, 하고 맘속으로 말해보지만 현실은 언제나 바람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법이다.
“키도, 키도는 애인 있어?”
“엣?"
마침 그것을 생각하고 있던 타이밍에 물어와 세이야는 심하게 당황했다. 그 반응에 몇몇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얼굴에 띄운다.
“있구나.”
단정적인 어조에 세이야는 얼굴을 푹 숙였다. 아, 아니 하고 작게 부정해봤지만 새빨갛게 물든 얼굴은 긍정하고 있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모두의 시선이 모여들고 순식간에 화제가 모두의 여성 취향에서 세이야의 연인으로 바뀌었다.
“몇 살?”
“에, 그러니까, ……연상.”
연상인가하고 소년들이 놀란다. 개중 한 명이 얼굴을 세이야 쪽으로 바짝 가져다 대고 아까보다 훨씬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예뻐?”
이건 아마도 모든 남자의 공통 질문이겠지.
학우의 질문에 세이야는 잠깐 연인의 얼굴을 떠올렸다. 깨끗한 푸른색의 머리카락과 눈동자, 단정한 이목구비, 균형 잡힌 신체. 그가 물은 예쁘다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대다수의 사람이 아름답다고 말할만한 외모이긴 하다. 세이야는 선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미인이긴 해.”
우오오! 하고 소년들이 작은 목소리로 합창한다. 모두의 눈동자가 심히 반짝거린다. 연상의 미인과 사귀는 세이야에 대한 시기와 부러움과 동경 때문이다. 부담스러운 그 모습을 보고 세이야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 ‘연상의 미인’이 남자라는 건 입이 찢어져도 말할 수 없었다.
3.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수업시간을 수면으로 때우는 세이야지만 체육 시간만은 달랐다. 책상에 달라붙어 머리를 굴리는 것보단 몸을 움직이는 쪽이 편하고 익숙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원래 활동적인 성격이긴 했다. 때문에 세이야가 지루한 학교생활 중 몇 안 되는 활력소인 체육 시간을 항상 손꼽아 기다리게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번 체육 시간에는 하는 건 100m 달리기였다. 한 번에 두 명씩 나가서 뛰므로 자연스럽게 다른 학생들은 운동장 주면에 앉아서 쉬고 있다. 다른 아이들과 조금 떨어진 곳의 나무그늘에 앉아 세이야는 무료한 듯 턱을 괴었다. 수업 중이니 제멋대로 뛰어다닐 수도 없고, 모처럼의 체육 시간인데 너무하다. 저절로 입술이 삐죽 튀어나왔다.
저쪽에서 슌이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곧 뛸 차례인가 보다. 문득 슌이 이쪽을 돌아보고 미소 지어 세이야도 희미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슌이 다시 고개를 돌림과 동시에 세이야의 입에서 조그만 한숨이 새어나왔다.
“지루한가봐?”
“엣?!”
순간 울림이 풍부한 목소리가 말을 걸어와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나무 그늘의 가장 어두운 부분에 눈부실 정도의 미인이 숨어있다. 그를 보고 세이야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프로디테? 여긴 무슨 일로……?”
놀람을 숨기지 않는 세이야의 모습에 아프로디테가 낮게 웃으며 아테나의 호위 때문에, 라고 짧게 대답했다. 그를 듣고 세이야는 모처럼 사오리가 등교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확실히 그리스에서 오늘 아침에 돌아와 바로 등교했으니까 누가 따라붙어도 이상하진 않지만.
“오후에는 너희에게 확실히 인계하고 귀환할 예정이야. 아무리 그래도 교실까지 들어갈 수는 없으니까 여기에 있는 거고.”
세이야가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아프로디테가 먼저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 말에 그런가, 하고 세이야는 적당히 대꾸했다.
그렇다는 건 오후까지는 어떻게든 틈을 내면 아프로디테와 같이 있을 수 있다는 시간이 있다는 뜻이다. 슌이 좋아하겠네, 하고 반사적으로 생각하고 세이야는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띄웠다. 슌이나 아프로디테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그래도 내심 사가가 와주었으면 했다. 바쁘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요새 제대로 얼굴을 보지 못했으니까.
상념에 빠져있는데 저편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곧 자신이 뛸 차례인가 보다. 저를 부르며 다가오는 학우를 보고 세이야는 아프로디테를 돌아보았다. 그는 세이야를 배려하듯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어서 가 보라는 듯 시원한 웃음을 보일 뿐이다.
인사로 가볍게 손을 흔들고 세이야는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학우의 곁으로 갔다. 소년은 어딘지 모르게 멍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뭐야, 하고 의아해하는 데 갑자기 그가 세이야의 팔을 붙잡고 낮게 속삭인다. 잔뜩 흥분해 있다는 게 선명하게 느껴졌다.
“누, 누구야? 저 누나.”
아, 아프로디테를 봐버렸는가. 게다가 여자라고 착각까지 한 모양이다. 이 경우 아프로디테가 지나치게 미인인 게 잘못일까, 눈에 띄지 않으려고 평범하고 품이 넓은 평상복을 입은 게 잘못일까, 그도 아니면 둘 모두가 잘못인 걸까.
무어라 설명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학우가 세이야의 팔을 흔들며 답을 재촉했다. 그러더니 망설이는 기색을 눈치채곤 조용한 어조로 속삭인다.
“호, 혹시 전에 말한 연상의 미인이란 게 저 사람이야?”
그러고 보니 이 녀석이 전에 애인이 미인이냐고 물어본 녀석이다. 반짝거리는 눈동자를 모른 척, 세이야는 시선을 돌렸다. 저쪽에서 슌이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다.
저 미인이 사실은 슌의 애인이라고는 입이 찢어져도 말할 수 없었다.
세이야들은 모두 성이 키도란 것으로. 물론 원인은 아테나.
다들 다른 학우들과는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습니다 특히 세이야가. 그렇지만 역시 형제들처럼은 무리고.. 뭐라고 해야하지? 그냥 내년에 다른 반 되면 잊혀질 정도? 의 가벼운 관계
사실 세인티아에 사오리가 다니는 학원이 나와서 그걸 쓸까 했는데 아무리 봐도 그 학원 기독교 계열의 여학교.... 그러니까 적당히 적당히. LoS 학원이면 될까
이 시리즈는 이렇게 가벼운 식의 조각글이 많을 예정일까 아닐까 그건 나도 모르고 신도 모르고
그러니까 아이디어 많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