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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글
citrus_
2017. 11. 20. 23:24
말란로드의 루이카와 지펠르시의 제놈은 서로를 이해했다.
족장이자 훌륭한 주술사였던 루이카와 마찬가지로 족장이자 뛰어난 전사였던 제놈이 10여 년 동안 전장에서 마주친 것은 13번, 검을 맞부딪친 건 오직 7번이었다. 자신들의 가진 시간의 단위로 따진다면 총 반나절도 되지 않을 짧은 시간. 그 시간 동안, 아니 사실은 한 호흡도 되지 않을 시간 동안 루이카는 제놈을, 제놈은 루이카를 이해했다. 서로 말을 주고받지 않았더라도, 서로 눈길을 주고받지 않았더라도. 모든 의문 속에 그 사실만이 명확했다.
물론 그것은 흔히 말하는 이해와는 거리가 있었다.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감상을 품었는지, 무엇을 바라는지, 그런 씁쓸하고 달콤한 감정은 영원히 불가해의 영역에 있었다. 다만 그들은 알았을 뿐이다. 서로가 어떻게 절망했는지, 어떻게 분노했는지, 어떻게 살의를 품었는지.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죽이고 싶어 하는지.
그럼에도 그 감정에 사랑이라 이름을 붙이고자 한다면 붙이지 못할 것도 없었다.
때문에 루이카와 제놈은 결혼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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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시작하는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만은 딱히 제대로 된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으므로 여기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