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기 힘들다. 시야가 어둡다. 주르륵,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내렸다. 아프다. 괴롭다. 사지를 찢을 듯한 통증이 온몸을 내달렸다. 새카만 암흑 속에서 데프테로스는 어찌해야 좋을지 알지 못했다. 이상할 정도로 절망적인 기분이었다. 도대체 무엇을 해야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가.
문득 누군가 자신을 부른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간절한 목소리다. 대답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통증 때문에 데프테로스는 간단한 대답조차 할 수 없었다.
모든 감각이 흐렸다. 주먹을 쥐어도 감촉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흐트러진 자신의 숨소리만이 간신히 귓가에 닿았다. 헐떡이는 소리가 매우 추하게 들린다고 데프테로스는 생각했다.
데프테로스는 견디다 못해 무심코 자신의 목덜미를 쥐어뜯었다. 아픔에 아픔이 더해졌지만 스스로의 행동을 멈출 수가 없었다. 순간 자신의 손을 막듯 무엇인가가 데프테로스의 손에 닿았다. 작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어떤 것이.
그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데프테로스는 절박하게 그것에 매달렸다. 가감 없이, 억센 손으로 붙잡는다. 본능에 따라 이를 박아 물고 늘어졌다. 입안에 비린내가 퍼졌다. 이상하게도 온기가 맞닿은 부분만은 통증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제야 겨우 숨이 돌아왔다.
그대로 눈을 감고 늘어져 있으면 뺨 위로 물방울이 떨어졌다. 후두둑 흘러내리는 미지근한 감촉에 데프테로스는 힘겹게 눈을 뜨고 위를 바라보았다. 시야에 붉은 눈동자가 들어왔다. 괴로움에 일그러졌으면서도 여전히 부드러운 색을 띤, 노을을 닮은 눈동자.
이런 눈을 가진 소년을, 데프테로스는 단 한 명밖에 알지 못한다.
텐마.
간신히 그 이름을 떠올리자 정신이 들었다. 데프테로스는 치밀어 오르는 구역질을 참으며 느릿하게 텐마에게서 몸을 뗐다. 무거운 팔다리가 기분 나빴다.
들여다본 남자의 눈동자에 비친 소년의 모습은 참혹했다. 흐트러진 옷자락. 검푸르게 멍이 든 팔. 붉은 상처가 번지는 목덜미. 가느다란 소년의 신체에 남은 상처가 데프테로스에게는 더없이 흉악하게 느껴졌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데프테로스는 떨리는 손을 소년의 목덜미에 가져다 댔다. 조심스러운 행동에 텐마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아픔을 참고 있는 듯했다. 그에 데프테로스는 더없이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저지른 죄에 짓눌러 죽을 것만 같았다.
그때 텐마가 남자의 손위로 자신의 손을 겹쳤다. 변하지 않는 소년의 눈동자가 걱정스러운 듯 데프테로스를 잡는다.
“……괜찮아?”
소년의 상냥함에 데프테로스는 문득 헛웃음을 지었다. 지금 그렇게 물어야 할 것이 누구인데. 그런 상처를 끌어안은 것이 누구인데. 하지만 정작 데프테로스의 입에서 나온 건 전혀 다른 말이었다.
“……어째서─”
상처가 토해진다. 자신이 텐마를 괴롭히고 있을 뿐이란 걸 알면서도 데프테로스는 도무지 질문하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어째서, 왜, 너는 도대체, 왜, 어찌 그렇게도. 의미가 되지 않는 말의 파편이 흩어졌다.
한바탕 단어를 쏟아낸 끝에 침묵이 가라앉았다. 데프테로스는 숨을 헐떡였다. 눈에 열이 몰려들었다. 더 내뱉을 말이 있었던 것 같은 기분도 든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데프테로스는 자신의 무엇을 묻고 싶었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저 간절하게, 간절하게 몰아붙일 뿐.
절박한 남자의 물음에도 소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뺨에 손끝이 닿았다. 이끌려 고개를 들면 부드러운 얼굴을 한 소년의 모습이 있었다.
텐마는 말없이 남자에게 입을 맞추며 웃었다. 상냥한 입맞춤을 느끼며 데프테로스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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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글, 공미포 1317자
살고자 했던 것은 형이 바랐기 때문이라 가끔은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는 데프테로스와 제멋대로 그를 구하는 텐마. 아스프로스는 정말 절박한 상황에서는 어쩌지 못할 것 같고 다른 사람에게는 말릴 권리가 없을 것 같다.
텐마는 아스프로스와 연관되지 않고 맺은 유일한 관계라는 점에서 데프테로스에게 특별했으면 좋겠다고 망상을 담은 바람. 시온과도 만난 적이 있고 왜인지 도코와도 알고 있지만 그것은 어떤 관계를 구축한 게 아닌 것 같으므로.
여담으로 가끔 생각하는 거지만 데프테로스는 동생임에도 불구하고 카논보다는 사가와 더 닮은 느낌이다. 아스프로스는 그 반대. 개인의 해석이 들어가서 그렇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