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세이아+텐마+잇키]I'm your brother!
자리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던 텐마는 무심코 조그맣게 하품을 했다. 반사적으로 눈물이 새어 나온다. 방금 전 수업의 여파인지 너무 졸렸다. 텐마는 애써 정신을 다잡으며 손가락으로 눈꼬리에 맺힌 눈물을 닦았다. 하지만 한번 밀려온 수면의 파도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이라면 기분 좋게 잠들 수 있을 것 같아. 결국 텐마는 그런 생각을 하며 수마에 저항하던 것을 멈췄다. 어쩐지 옆에서 휴프노스가 상냥하게 속삭이고 있는 기분이 들지만 아무래도 좋다.
자연에 순응하여 책상 위로 엎드리면 머리카락에 따뜻한 봄 햇살이 흩어진다. 몸이 노곤했지만 이 노곤함이 오히려 기분 좋았다. 만약 5초만 더 있었다면 텐마는 그대로 잠속으로 빠져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일은 그리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
“텐마!!”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에 텐마는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뭐, 뭐지? 자기 일보 직전이었던 탓에 머리가 아직 멍하다. 덕분에 텐마는 네댓 번은 주변을 돌아보고 나서야 겨우 교실 뒷문에 서 있는 소년─ 세이야를 발견했다.
“세이야?”
동생을 발견하고 텐마는 의아함에 목소리를 높였다. 세이야와 텐마는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서로 친구들과 어울리기 바빴던 데다가 학년이 다른 탓도 있어 학교 내에서는 좀처럼 서로를 찾는 법이 없었다.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오지 않는데 무슨 일이지? 하고 텐마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사이 세이야가 성큼성큼 걸어온다. 그 몸짓에 어쩐지 화가 묻어있다.
텐마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사이 세이야는 재빠르게 텐마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리고 숨 돌릴 틈도 없이 단숨에 텐마를 덮쳤다.
“켁─”
순식간에 멱살이 잡혔다. 숨이 막힐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 괴로워서 텐마는 눈썹을 찌푸렸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텐마는 세이야에게 비난의 시선을 던졌다. 그러나 이 신경줄 두꺼운 동생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세이야가 적반하장으로 이쪽을 향해 화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너! 오늘 왜 나 안 깨우고 간 거야!!”
아, 그것 때문인가. 한심한 세이야의 대사에 텐마는 무심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텐마도 별로 아침에 강한 것은 아니지만 세이야는 그 정도가 좀 더 심했다. 중학생이나 됐으면 혼자 일어나도 좋으려만 깨우지 않으면 계속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잠이 많은 거였으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이는 꼭 체질 탓만은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세이야는 계속 막내 취급을 받으며 자라왔다. 즉, 무의식중이긴 해도 어리광부리는 데 익숙해져 있는 것이다. 그런 점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형으로서 나쁜 점은 고쳐주고 싶다는 게 텐마의 본심이다. 그런데 그런 형의 마음도 모르고. 섭섭함에 저절로 부루퉁한 대답이 나갔다.
“깨웠어.”
“거짓말!”
“진짜라니까? 엄마한테 물어봐.”
“윽……!”
파르티타가 나온다면 세이야도 강하게 반박할 수 없다. 어머니를 두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 건 이 형제 사이에선 불문율이다.
더는 할 말이 없어진 세이야가 분한 듯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그 모습을 보고 이제 슬슬 포기하려나, 하고 텐마는 생각했다. 하지만 결코 포기를 모른다는 점이 텐마와 세이야의 장점이다. 우물쭈물거린 끝에 겨우 무언가 생각난 것처럼 세이야가 다급히 입을 열었다.
“그, 그건 그렇다 치고!”
“……뭐 하고 있는 거야, 너희.”
타이밍 좋게 낮은 목소리가 끼어든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면 잇키가 황당하단 얼굴로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반가운 소꿉친구의 얼굴에 세이야는 상황도 잊고 무심코 기쁨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 잇키! 안녕!”
“……그래서 뭐하는 거냐.”
묘하게 지친 듯 말하는 잇키를 보고 텐마는 내심 웃음을 물어 삼키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아니, 세이야가 왜 아침에 자기 안 깨웠냐고 따지잖아.”
가볍게 투덜거리자 잇키의 표정이 한심하다는 듯 바뀐다. 그를 알아챈 세이야가 토라진 듯 입술을 삐죽이며 텐마에게서 떨어져 옆의 의자에 앉았다. 어린아이 취급을 싫어하는 세이야다운 반응이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더 어린애 같다는 건 텐마는 결코 말하지 않는다.
막내의 투정에 잇키가 웃었다. 커다란 손이 조금 난폭하게 머리를 쓰다듬자 세이야가 즐거운 듯 목소리를 높였다. 본인은 화를 내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옆에서 보면 전혀 아니다. 잇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건 슬쩍 올라간 입꼬리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소꿉친구와 동생의 사이좋은 모습을 바라보던 텐마도 무심코 입가를 느슨하게 만들었다.
그 순간 문득 무언가가 텐마의 머리에 떠올랐다.
“랄까, 어차피 주임 선생님은 사가니까 세이야는 지각해도 상관없지 않아?”
생각한 것을 그대로 입에 올리자 주변 공기가 얼어붙었다. 일순 굳어버린 세이야와 잇키의 모습에 텐마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텐마의 입장에서 보면 사가는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오랜 지인이다. 자신들보다 훨씬 연상인 만큼 확실히 의지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동경하고 있는 점도 있다. 그리고 텐마는 사가가 특히 세이야를 친동생 이상으로 귀엽게 여긴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 고지식한 사가가 무리하게 규칙을 깨트려서라도 세이야를 도와줄 거라고 텐마는 생각했던 것이지만, 아무래도 두 사람은 텐마와는 조금 다른 의미로 그 말을 받아들인 것 같았다.
“아, 아팟! 아파! 잇키!!”
머리를 쓰다듬던 잇키의 손이 순식간에 강하게 조여들어 세이야는 비명을 질렀다. 엄청나게 아프다.
“……어이, 무슨 소리인지 설명해.”
손에서 힘을 풀지 않은 채 잇키가 묻는다. 마치 지옥의 야차 같은 잇키의 모습에 형제는 무심코 어깨를 움츠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음 순간 세이야는 기세 좋게 잇키의 손을 뿌리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 무슨 소리긴!! 아무 의미도 없어!!”
그렇게 대답한 세이야는 수상쩍게 얼굴을 붉히고 그대로 도망치듯 교실을 뛰쳐나갔다.
빠르게 사라지는 동생의 뒷모습에 아직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텐마가 무심코 한심한 목소리를 낸다.
“……뭐야?”
상황파악을 위해 잇키에게로 시선을 돌리자 이쪽은 엄청 까다로운 얼굴로 혀를 차고 있다. 불만이 가득 담긴 얼굴이 어딜 봐도 순진한 동생을 걱정하는 형의 모습이다. 그런 잇키를 보고 텐마는 힘없이 한숨을 흘렸다.
“……잘은 모르겠지만, 가끔 보면 나보단 잇키가 세이야의 형 같네.”
“……바보 같은 소리.”
잇키는 텐마의 말을 부정했다. 그에 텐마가 쓴웃음을 띄운다. 맏형은 그런 동생과 방금 도주한 또 다른 동생을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 까다로운 동생들이다. 어느 쪽이든 자신의 형제인데.
하지만 잇키는 결코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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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설정은 어느 쪽도 포기하기 어려워서 결국 어릴 때와 청소년기 번갈아가며 쓸 계획입니다'▽')/
그리고 저이다보니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사가세이.... 학원물 사가세이도 쓸 수 있으니 이득이군요!<<
참고로 세이야→절찬 연애 중
잇키→연애 중인 건 모르지만 사가가 예전부터 세이야에게 흑심을 품고 있는 건 눈치채고 있음
텐마→'ㅅ')???아무 것도 모름~ 상태^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