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ttle of Dandelion
그는 이제야 제게 온 소포를 살펴보았다. 거기에 찍혀있는 소인은 무려 7년 전의 것. 아직 어린 소년이던 그에게 와야 할 물건이 이제야 도착한 것이다. 사실은 이미 소실되어야 옳은 것을, 어찌 된 일인지는 몰라도 어떻게든 본래 있어야 할 곳에 소포가 왔다는 사실에 그는 묘한 감동마저 느꼈다. 게다가 하필 이 날에. 1년 전도 아니고 1년 후도 아닌, 하필 이 소포를 보낸 그 사람이 죽은 지 1주년이 되는 이 날에. 이 역시 운명의 장난이라고, 그는 그렇게 가볍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조금 머뭇거리며 이미 낡은 포장을 뜯어냈다. 세월에 너덜너덜해진 상자는 의외로 커다란 구멍도 없이, 내용물을 제대로 보관하고 있었다. 그 안에서 잠들어 있던 것은 오랜 시간에도 빛이 바래지 않은 유리병.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세공이 새겨진 병은 텅 비어있었다. 무슨 의미가 있던 것일까. 고민하며 그는 빈병을 살핀다. 하지만 역시 무언가 나올 리도 없어, 병은 처음 본 그대로 텅 비어 있었다. 어쩌면 과거의 그 사람이 언제나 그랬듯 질 나쁜 장난일지도 모른다. 나즈막이 한숨을 내쉬며, 그래도 역시 조심스럽게 병을 내려놓는다.
문득 그가 무언가 발견한다. 포장과 같은 시간을 보낸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누렇게 변색된 작은 종이. 무언가 단서가 될까 싶어 그는 종이를 집어들었다. 잔뜩 일그러지고 번졌지만 못 읽을 정도는 아니다. 얼마 되지 않은 짧은 글을 읽었다. 그러는 것이 정답이었던 듯 별 기대를 하지 않았던 종이는 그의 가슴에 무겁게 떨어졌다. 놀라 눈을 크게 뜨고 다시 읽는 것을 그는 반복한다. 그와 그 사람의 이름이 적힌, 편지라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짧은 메모에서 그 사람의 체온과 닮은 온기가 느껴졌다.
'이것이 내가 죽은 뒤에야 도착하기를 바라. 여기에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담아서 나에게 가져와 줬으면 좋겠어. 눈물은 담지 말아줘. 미안해, 내 이기심이야. 나를 잊지 말아줘. 사랑해.'
그는 희미하게 깨달았다. 역시 그 사람은 자신이 죽을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고. 그리고 그 후에 남겨질 그를 걱정하고 있었다고. 혹여나 눈물로 살아가고 있지는 않을까, 덜컥 죽어버리지는 않을까, 하고. 그러니까 명령하는 것이다. 울지마. 살아가. 생전에 그리했듯 자신의 이기심을 가득 담아, 제멋대로, 오만하게. 그리고 상냥하게.
-그래서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
조금 쓴웃음이 났다. 애초부터 그는 울며 지낼 생각도 헛되게 죽을 생각도 없었지만 그 사람의 염려가 그리 틀렸다고 말할 수도 없다. 울지 않는 대신 웃지도 않았다. 죽지도 않은 대신 살아가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는 이제부터 그리할 수가 없었다. 그 사람이 그리하지 말라고 말했으니까. 언제나 그랬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시절부터 그 사람이 하는 모든 말은 그에게 있어 절대적인 지표가 되었다. 그러니 이제는 따라야 한다, 제게 건내진 지표를.
그러니 살자. 나중에 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뻐길 수 있도록.
상의 주머니에 짧은 편지를 넣었다. 생각보다 묵직한 무게를 새기며 소중하게 병을 두 손으로 감쌌다. 손안에서 빛이 반짝반짝 부서지는 것이 마치 그 사람의 웃음과 같았다. 절로 따라 미소가 지어졌다. 겨울 안에서 번지는 빛이 따스한 햇살을 가져온다. 그는 그제야 봄이 가까이 다가온 것을 알았다. 나가야 할 때가 다가오는 것이다. 이전과는 달리 그 외출은 별로 힘들지도 괴롭지도 않을 것이다. 그 사람에게 민들레를 잔뜩 꺾어 가져다주어야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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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이바나시 트레이닝: 민들레, 편지, 빈병
퇴고 없음. 공미포 1261자
.....내용이 엉망이다OTL